지하철 노약자석을 지금보다 14석 더 확대해서 전체 좌석비례 노약자석을 48퍼센트까지 확대하는 안이 시범실시중이다. 이걸 반대하는 서명운동이 일어나서 젊은이들이 4000명 가까이 참여했다는데 한쪽에서는 돈안내고 지하철타는 노인네들 날마다 자리양보 안한다고 행패부리고 노약자석을 노인석으로 착각한다 라는게 중론이고 대한 은퇴자 협회라는 실버포탈에서는 혀를 쯧쯧 차며 해외생활 경험도 많고 나이도 많이 자신 회장양반이 얘들아 라는 호칭을 써가며 그래선 안돼지 않겠니 얼른 서명운동 접고 우리 다같이 서로 공경하는 선진국대열로 가자꾸나 라는식으로 좋은말을 많이 써놨는데...
이 모든 사태를 지켜보는 입장에서 드는 생각은 청년층과 노년층간에 좁혀질수없는 이 갭의 원인이 무엇인가이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생각해온 이런저런 것들과 결부시켜볼때 이건 상호 치유될 수 없는 박탈감에서 기인한다고 나는 단정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서적 흐름을 볼때 노약자를 공경하고 배려해야 한다 라는 대원칙은 오전 10시 안개처럼 희박해져있는 상태라는데 여럿이 공감할듯.
그나마 남아있는 배려는 '강요된 친절'이라는 말로 정리하고싶다. 이건 내가 만든 말이 아니고 사회학적으로 통용되는 정의이니 궁금한 사람은 나름 찾아보도록.
너희들은 늙지않느냐. 라는 말로는 아무런 설득도 할 수 없다. 세계에서 가장빨리 고령화가 되건 말건 동방이 예의지국이건 말건 그런것과 작금의 현상에 대한 대안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서로가 존중하고 공경.. 말은 좋다만 이 사태에 대한 원인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라는 비유보다는 뿌리깊게 젊은층 사이에 퍼져있는 노년층에 대한 내재된 불만과 박탈감, 배울것 없음의 단편적 표출이라고 보는것이 비교적 옳다. 전후 먹고살기 힘든 상황에서 수십년만에 해냈어야 하는 빠른 경제성장, 그와중에 이루어진 급진적인 민주화와 부작용들, 심각하게 붕괴되어있는 사회 전체적인 밸런스의 중심에는 장,노년층이 두텁게 자리잡고있다. 이중잣대와 무원칙, 아전인수와 부조리로 점철된 그들의 모습을 온,오프라인으로, 매스컴으로 연중무휴 풀서비스로 접하고있는 젊은층의 뱃속에는 머리허연 어르신들을 따뜻하게 배려하고싶은 마지막 구석조차도 사라져간다고 나는 추정한다. 약간 촛점이 벗어난 예지만 현재 전 국민적인 반발을 등에 업고 잘도 실시되고있는 국민연금제도의 부정적 이미지 또한 그 원인은 대동소이 하다고 본다.
연장자의 혜안과 폭넓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입체적인 지식전달, 시대를 관통하는 분석적이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만들어진 무형의 경로석에 앉아 젊은이들을 다독이는 장/노년층의 존재 자체가 젊은이들에게 문화,사회적으로 와 닿아 자발적인 존경과 배려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은 제도적인 장치를 강제적으로 마련해서 내세운다한들 하루하루가 힘든 사람들에게는 눈떠 생활하는 16시간중 출퇴근 한두시간 사이에 열불터질 일이 또 하나 늘어나는 것 뿐.
어리지도, 그렇다고 늙지도 않은 애매한 나이에 서있는 나에게조차도 이시대의 장년층에 대한 압축적인 이미지는 흑백논리,왜곡민주화,금전만능,이중잣대,무원칙,아전인수,이익집단,기득권,기회주의,한탕주의,공상천대,중우정치,획일화,복지부동,아웃풋없음 등으로 정리된다. 하물며 이걸 리스트화 시켜 분석하지 않고 먹구름같은 답답함으로 느끼고있는 젊은친구들에게 교조적인 말투로 타이른다 한들 웹포탈 네컷만화의 교훈만큼도 와닿지 않을것이 불보듯하지않나.
연세를 칠팔십을 드셔도 자신의 철학과 경험으로 두드린 칼을 잘 갈고있는 어르신들의 눈빛은 형형하다. 35년의 짧은 인생을 살면서 조선땅에서 그런 안광을 뿌리는 어른을 직접본 경험은 열 손가락으로 꼽기도 참으로 힘들다. 내 기준이 너무 높든지 인맥이 일천하든지 아니면 그런 어르신이 드물거나 셋 중의 하나임이 분명하다. 그런 어르신들이 글자 그대로 사회지도층의 색채를 만들고 어디서나 쉽게 삶의 지혜를 나누어주신다면 그 앞에서 어느 젊은이가 자발적으로 벌떡 일어서지 않겠는지. (여기서 만일 못배운 노인들은 어떻게 하나 라는 생각을 한다면 그냥 글 읽지말고 이 홈피 다신 오지 말기를. 이건 머릿속에 든 책의 두께를 이야기하는게 아니다)
반면 나에게 오는 물적 심적 손해는 나의 수명을 깍는다는 인생관을 온몸으로 표출하는 탁한 눈의 장,노년들을 볼때마다 손가락을 꼽자면 하루종일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해도 모자랄 노릇인 이 상황에서 무엇을 존경하고 누구를 배려하라는 말씀이신가.
은퇴자협회에서 그나라 수준의 척도라고 예시해놓은 호주 지하철 노약자배려문구. 만일 저걸 지키지 않는다고 호주에서 췰드런이나 스튜던트에게 쌍욕을 하며 줘 팬다면 노년에 아마 다시 햇빛보시기 힘들거라 장담함.
모든 현상에는 이유가 있다. 지하철 노약자석 확대라는 소소한 이슈에 순식간에 4000여명이 서명을 했을때는 저들이 노인네를 때려잡으려고 철없이 돌았구나 라는 섣부른 판단을 하기전에 이만큼의 사람이 개인시간을 단 몇분이라도 할애해 가며 그곳에 타이핑을 하는 분노는 무엇인가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볼 노릇이다.
------참고. 은퇴자협회 회장 주명룡 전문
http://www.karpkr.org/news/files/karpnews_20080105.asp